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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오른쪽에 대남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북한은 지난 10월 19일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월선에 대한 한국군의 경고 방송·경고 사격에 반발하며 대남확성기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북한은 날아다니고 있는데, 남한은 뜀박질로 쫓아다니기 바쁘다. 임기응변식으로 북한의 움직임만 쫓다 보니 남측은 수 싸움에서 번번이 밀리고 있다. 군사적 ‘팃포탯’(맞받아치기)도 여의치 않다. 남측이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에 적극 맞대응하게 되면 그동안 판문。 공동경비구역(JSA)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초근접 대치가 155마일 군사분계선(MDL) 전역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이는 MDL 일대에서 구조적 긴장의 상시화를 의미한다. 이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의 현실이다.
북한은 2023년 12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공식 규정한 이후 국경선 요새화를 진행하고 있다. 한반도의 현 상황을 구조적·제도적으로 고착화해 영구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그런데도 야당은 큰 틀의 대응을 요구하기보다는 ‘도발’이나 ‘주적’이라는 단어에 집착하고 있다. 또 대북 확성기 방송과 같은 쌍팔년도식 고리타분한 대응 방식에 머물러 있다.
정치권에서 안보가 정쟁의 도구화가 된 지는 오래다. 치킨호크들은 강력 응징만을 외친다. ‘치킨호크’는 전쟁이나 군 복무 경험이 없으면서 극단적 군사 활동에 적극 찬성하는 호전적인 정치가, 관료, 평론가 등을 말한다.
현실은 ‘MDL 침범이 곧 도발’이라는 이분법적 접근 방식으로는 북한의 구조적 침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이다. 남북이 서로 다른 MDL 기준선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틀의 대북 전략을 먼저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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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 북한군의 침범 폭과 시간, 무장 상태, 병력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응 수준 매뉴얼’의 세분화와 같은 군사적 대응 변화가 필요하다.
주적 논란도 마찬가지다.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구조적 변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군에 전략적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 대신 사상 검증이라도 하듯이 “누가 주적입니까”라는 질문이 정치권에서 반복되고 있다. 급기야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10월 7일 국정감사장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작심 발언을 내놓았다. 강 장관은 “적을 주적이라고 한다고 대적관이 뛰어나고, 적을 그냥 적이라고 한다고 대적관이 없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주적 질문으로 주접을 떨기보다는 북의 2개 국가론에 대응하기 위한 군의 근본적인 대북 전략 변화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약발’ 떨어진 대북 확성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10월 19일 북한군의 MDL 월선에 대응하는 한국군의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이 “정세 격화 행위”라며 ‘전술적 타격 수단의 증강 배치’와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다음날 국방부는 “우리의 정당한 조치를 빌미로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은 계속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북한이 확성기 방송을 두려워한다고 주장하지만, 큰 착각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의 ‘약발’이 사라진 지 오래다. 과거 북한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가장 큰 이유는 최전방 북한군 지휘관들과 병사들이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막말을 듣고도 대응하지 않는 것은 불충이고 자칫하면 처벌받을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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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2024년 6월 9일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북한이 최전방 40여곳에서 대남 소음방송을 하면서부터다. 북한군이 기괴한 소리, 동물 울음소리, 사이렌, 정체불명의 불쾌한 음향 등을 송출하면서 오히려 남측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심각한 정신적·생활적 피해를 줬다. 주민들은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6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북한이 호응해 소음 방송을 끊기까지 1년 동안 소음에 그대로 노출돼 수면 장애, 스트레스를 겪는 것은 물론 가축 폐사 등 피해까지 겪었다. 정부는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피해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북한군은 김정은 지시로 과거와 달리 최고 존엄에 대한 막말을 무시하고 대남 소음방송으로 대응하면서 대북 확성기 방송의 효과는 크게 떨어졌다는 게 군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강신철 장관은 9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제 북한도 학습효과가 있다”며 “이것이 적들에게 효과가 있느냐는 것은 정말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승 합참의장도 10월 8일 국정감사에서 대북 확성기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최약체’ 북한 카운터파트
과거 한반도에는 ‘남북 무력 충돌→남북 군사 회담 개최→군사적 긴장 완화’로 이어지는 위기관리 패턴이 반복됐다. 하지만 이제는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만큼 북한이 남북 군사회담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우발적 무력충돌을 방지하던 9·19 군사합의가 파기된 탓이 크다. 그럼에도 지금은 우발적 군사 충돌이 제어 불능의 확전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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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적 무력충돌이 확전으로 번지면 값비싼 정치·경제·외교적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가만히 보면 김여정 담화는 남북 군사 회담 개최와 같은 반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김여정은 “우리 군인들은 단 한 번도 국경선을 넘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북한군이 주장하는 소위 ‘국경선’과 한국군이 인식하는 ‘MDL’ 사이에 분명한 오차와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북측이 인정하고 있다는 담화 내용이다. 이로 미뤄 볼 때 지뢰 제거 등 현재와 같은 남측의 강력한 군사 대응에 따른 무력 마찰을 피하기 위해 북한이 남북 간 군사회담에 나설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남북 군사접촉이 이뤄질 때 ‘대응 능력이 충분한가’라는 。이다. 현재 국방부에는 대북 국방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대북정책관실이 없다. 군의 대북정책은 힘을 통한 ‘억제력’과 평화관리라는 ‘평화력’의 두 축을 통해 이뤄져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북 군사 기조의 축을 억제와 제재 중심으로 옮기면서 대북정책관실을 폐지했다. 대북정책관실은 정부의 전체적인 대북·통일 정책 기조를 군사적 측면에서 조율하고 지원하는 핵심 조직임에도 없애버린 것이다. 북한정책과의 명칭도 대북전략과로 바꾸고 대북 제재 업무에 주력하도록 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지만 북한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조율해야 하는 대북정책관실은 복원되지 않았다. 북한정책과는 명칭을 되찾기는 했어도 국방정책실 하부 조직으로 밀려나 있다. 현재 북한정책과장(육군 대령)도 대북 군사접촉 및 회담 경험이 없다. 현재의 조직과 인력구성으로는 당장 남북 군사 회담이 열린다 해도 경험 많고 노회한 북측 군사 대화 전문가들에게 말려들기 십상이다. 대북정책관실을 조속히 복원하고 대북 접촉 경험이 풍부한 인력으로 전문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개 실무과인 북한정책과가 남북 군사관계를 다루기에는 버겁다.
정신적·생활적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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