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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특별 강연에 앞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전시품의 검증 미흡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전시한 작품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은 조사 결과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의 글씨로 확인됐다. / 뉴시스
국립중앙박물관 수장의 ‘소장품 스캔들’이 19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월 개막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됐다가 친일파 박중양의 글씨로 밝혀져 철거된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 유묵이 유홍준 관장의 개인 소장품으로 확인<본지 15일 자 A16면>된 이후, 유 관장의 해명이 다시 새 논란을 낳으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유 관장은 해명 과정에서 일부 매체에 “옥션에서 수십만 원 주고 샀다”고 했지만, 낙찰 가격이 5만원으로 확인됐다. 그러자 또 다른 매체에 “당초 30만원의 경매가를 적어 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5만원에 산 걸 나중에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경매사 홈페이지에는 시작가 1만원에 시작해 5차례 경합 끝에 5만원으로 낙찰됐다는 기록이 남아있었다. 그는 “애초에 부여문화원에 기증할 것이라 가격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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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셀프 검증→셀프 출품, 인터넷 경매 ‘떨이 상품’이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
유 관장은 2019년 아이옥션의 ‘쌉니다 아이마트’ 경매에 나온 이 글씨를 5만원에 구입했다. 당초 경매에는 박원근이 아니라 조선통신사 일행으로 참여한 박덕원의 글씨로 출품됐다. 공균파 아이옥션 대표는 “창고를 정리하는 일종의 ‘재고 떨이’ 경매여서 모든 작품을 일괄로 1만원에 내놨다”며 “흘려 쓴 초서를 우리가 오독해 박덕원으로 냈는데, 유 관장은 그걸 ‘박원근’이라고 읽었던 것 같다”고 했다.
경매에 ‘조선통신사’ 유묵으로 나온 걸 입수해 애국지사 작품으로 둔갑시킨 건 유 관장 본인이었다는 얘기다. 인터넷 경매에 떨이로 나왔던 작품이 세계 3위 수준의 연간 650만명이 찾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장 벽에 걸린 것이다. 문화계 인사들 사이에선 “유 관장이 유묵 가치를 높이려고 ‘작품 세탁’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 출품한 이력은 작품 가치를 ‘공인’받는 것이어서 향후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그래픽=김현국
유 관장의 소장품은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 최초 전시품 목록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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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관장은 5월 8일 담당 학예직에게 ‘일반시국은’ 글씨를 전시하라고 추천했고, 19일에 작품의 출품 동의서와 인수증을 작성했다.
이와 관련, 국립중앙박물관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조은희 의원실에 보냈던 질의 답변서에서 “소장자에 따르면, 이 작품은 2019년 한 미술품 경매에 애국지사 박원근의 유묵으로 소개된 작품을 구입하였다고 합니다”라고 했다. 여기서 ‘소장자’는 유 관장을 말한다. 기관장이 ‘셀프 검증’한 내용을 믿고 추가 검증을 하지 않았다고 자인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유홍준 관장의 소장품 2。을 출품하면서 작성한 인수증. 유 관장은 다른 사람의 작품을 추천하는 것처럼 이름과 사인 옆에 ‘대(代)’자를 적었다. /조은희 의원실
◇자기 작품에 대리 서명
유 관장은 본인 소장품을 특별전에 내놓으며 마치 다른 사람 작품을 추천하는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기도 했다. 박물관과 작성한 출품 동의서 및 인수증에서 자신의 이름과 사인 옆에 ‘대(代)’ 자를 적었다. 이는 자기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인데, 대신해서 서명한다는 의미다. 정준모 평론가는 “작품을 빌려올 때 개인 소장가들이 세무나 기타 문제 때문에 자기 소장품임을 드러내지 않으려 할 경우 위탁받은 화랑이 대리 사인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자기 작품 출품 동의서를 본인이 작성하면서 ‘대(代)’라고 적는 건 처음 봤다”며 “대외적으로 자기 소장품이란 걸 숨기려 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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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관장이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자신의 소장품 2.을 내면서 작성한 출품동의서. 유 관장은 다른 사람의 작품을 추천하는 것처럼 이름과 사인 옆에 ‘대(代)’자를 적었다./조은희 의원실
◇‘친일파 박중양’ 글씨 사과할 때도 함구... 들통나자 “부여문화원에 기증하려 했다”
유 관장은 ‘일반시국은’ 유묵이 친일파 박중양의 글씨로 밝혀진 이후, “박물관 검증이 미흡했다”며 공식 사과했을 때도, 이 유묵이 자신의 소장품이란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유묵이 자신의 소장품으로 밝혀진 뒤에는 “군립부여박물관 건립을 위해 부여문화원에 추가로 기증할 작품 중 하나였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서화, 도자기, 민속품 등 27억원 상당의 유물 865.을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유산계 인사는 “부여에는 국립부여박물관이 버젓이 있는데, 왜 군립부여박물관을 추가로 건립하는지 의문”이라며 “결국 공공기금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개인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작품의 철저한 검증과 연구 성과로 기준。을 제시해야 할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기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건 국제적인 망신”이라며 “관장이라는 직위를 활용한 ‘셀프 전시’ 논란의 경위와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dona&wr_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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