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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desire)이 무너지고 있다. 욕망 중 식욕에 관한 이야기다. 미디어 속에 식욕을 자극하는 많은 콘텐츠가 여전히 넘쳐나는 한편, 강제로 식욕을 억제하는 주사제 처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식욕 감퇴에 최적이라는 GLP-1 유사체(위고비, 마운자로 등)는 원래 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지금은 살을 빼기 위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이 두 ‘식욕 억제제’는 올해 1분기 유통액 4272억 원으로 모든 전문의약품 중 1위를 차지했다. 인간의 욕망 중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게 ‘식욕(食慾)’이다. 대부분 동식물의 경우처럼 인간 역시 생존을 위해 먹을 것을 갈구하는 본능적 욕구가 바로 식욕이다.
수면욕, 번식욕과 함께 식욕을 충족시키는 것은 일상이다. 하지만 인류가 살아온 수백만 년 중 음식이 풍족했던 시기는 고작 최근 1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굶주림과의 투쟁이 곧 인류의 역사였다.
수렵과 채취한 것을 생식하다가 불을 사용하고 농사를 지으며 자연스레 ‘요리’를 발견한다. 이를 통해 더욱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노력한다. 더 맛있는 것을 많이 먹기 위해 권력을 두고 다퉜다. 식욕이 적정선을 넘어 탐욕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그때 우리는 그것을 ‘식탐(食貪)’이라고 부른다.
고덕의 쏸라탕
식탐은 탐욕이다. 그래서 동서양 철학에선 식탐을 경계해야 할 타락의 상징으로 간주했다. 인간이 진화하기 전부터 갖춘 본능적 식욕(appetite)과는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선 ‘식욕 억제제’가 처방되고 팔리고 있다. 유튜브에선 ‘먹방’을 보고, 따로 병원을 찾아서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맞아가며 끼니를 거르는 양면적 역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진화심리학적 관.에서 식욕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언제 굶어 죽을지 모르는 환경에서 장구한 세월을 살아왔던지라 고열량에 맛있고 기름진 음식을 보면 무조건 많이 섭취하려는 생존 본능이 인간에겐 남아 있다. 게다가 뇌과학적 기제에선 고열량 음식이나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상상할 때, 뇌의 보상 회로에서 쾌락 호르몬 도파민(dopamine)이 분비된다. 그래서 식탐에 빠져든다.
철학적 관。에선 동서를 막론하고 식탐은 경계해야 한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선 식탐을 ‘음식상(飮食傷)’이라는 질병으로 봤다.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면 비위(脾胃)가 상하여 온갖 병의 근원이 된다”고 경고했다.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다. 종교적, 인문학적으로 식탐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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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신학의 7대 죄악(Seven Deadly Sins)에 ‘탐식(gluttony)’이 들어간다. 단테는 ‘신곡’ 지옥 편에 탐식에 빠졌던 자들은 끝없이 내리는 더러운 비와 우박을 맞으며 진흙탕 속에서 뒹구는 형벌을 받는 것으로 묘사했다.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식탐과 미식(gastronomy)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법률가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은 ‘미각의 생리학’에서 본능적 탐식이 아닌 취향의 영역으로서 미식의 개념을 정리했다.
고레카레의 함박카레라이스
잉여 식품이 넘쳐나는 지금 세상은 식탐과 그로 인한 질병, 그리고 식욕 억제제, 다이어트 기법, 식도락 등이 공존하며 식욕에 대한 본질적 정의를 흩트리고 있다. 하지만 식욕은 인간의 삶과 결코 떼어낼 수 없는 생명력의 원천이다. 식욕을 잃으면 건강도 보장할 수 없다.
식욕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자면 이성적이면서도 과학적인 답을 찾을 수 있다.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에는 섭식중추와 포만중추에 작용하는 렙틴(leptin)과 그렐린(ghrelin)이 있다. 각각 반대의 효과를 낸다. 인간의 체중이 감소하면 스스로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을 분비하고, 포만감을 전달하는 렙틴은 감소한다.
호르몬 분비는 체내 혈당에 기인하지만 식욕은 시각과 후각, 청각적인 부분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평소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의 사진을 보거나, 조리할 때 퍼지는 냄새를 맡고, 무언가를 굽고 튀기는 소리를 듣는다면 기억과 학습효과에 의해 식욕이 자극된다. ‘먹방’이나 요리 프로그램, 책에 묘사된 음식을 보게 되면 자연스레 입맛이 당긴다.
이북만두의 김치말이밥
색깔도 영향을 미친다. 노랗고 붉은색 계통은 식욕을 자극하는 색이지만 파란색 계통은 그렇지 않다. 식욕 감퇴를 위해서 자꾸 파란색을 찾아서 보라는 얘기도 있다. 체온, 체감 온도와도 관련이 있다.
요즘 같은 무더위엔 식욕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추운 때에 비해 열량이 절실하지 않거니와 무기력해지며 입맛까지 상실한다. 참고로 러시아나 북유럽처럼 추운 나라에선 당연히 고칼로리 식단을 선호한다.
지금처럼 더울 때는 평소보다 강한 향신료를 사용한 음식으로 식욕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향신료 중에는 땀으로 배출된 전해질을 보강할 수 있는 약재 성분도 있는 까닭에 카레 같은 음식으로 사라진 입맛과 기력도 되살릴 수 있다.
완차이의 매운홍합볶음
맛 중에는 신맛이 식욕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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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맛(酸味)은 기본적 6가지 맛의 하나로 옥소늄 이온이 내는 맛이다. 대부분의 척추동물이 느낄 수 있는 맛으로 침샘을 자극해 입맛을 다시게 하는 효과가 있다. 레몬, 라임 등 신 과일이나 냉면, 냉국 등 신 음식을 보거나 떠올리면, 새콤한 맛 자체가 연상되면서 입안에 침이 고인다. 입맛이 떨어진 여름철이나 열대 국가에서 신맛의 음식을 주로 먹는데 이는 식욕을 돋우는 데 신맛이 제일인 까닭이다.
신맛에 포함된 유기산은 뇌의 식욕중추에 직접 작용하며, 입안의 침과 위산 분비를 늘려 소화 준비를 마치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코스 중 전채 요리에 신 음식을 내는 경우가 많다.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 에이드, 피로해소제 등에도 라임이나 구연산 등 신맛 성분을 첨가해서 만든다.
느끼한 음식에 식욕을 잃었을 때도 신맛이 되살려준다. 스테이크에 뿌리는 레몬즙, 피시 앤드 칩스에 뿌리는 식초, 파스타의 피클, 짜장면의 단무지, 치킨의 치킨무 역할이다. 삼겹살을 구울 때 신김치를 곁들이면 훨씬 입맛이 살아나는 이치다. 밥 먹기 전에 김칫국을 주는 이유도 마찬가지. ‘떡이 없는데도 미리 마셨다는’ 바로 그 국이 식욕 촉진제 구실을 한다. 새큼한 동치미나 김칫국이 식욕을 자극한다. 오랫동안 영업해 온 노포집에선 으레 김칫국을 기본 찬으로 낸다.
얼땅쟈의 꼬치훠궈
식욕을 돋우는 메뉴로는 주로 신맛, 매운맛, 그리고 탄수화물(CARBS)이 유발하는 과학적인 신체 변화에 기인한 것이 많다. 매운맛의 캡사이신은 미각이 아닌 통증으로 인식된다. 뇌는 이 통증을 줄이기 위해 엔도르핀을 분비하고 위장 운동을 촉진해 식욕이 살아난다. 한식의 매운맛에 더해 중국 쓰촨의 훠궈 등이 있다. 특히 훠궈는 혀가 얼얼해지는 화자오와 붉은 고추가 한데 어우러져 더위에 무뎌진 미각을 깨운다. ‘중국의 3대 화로’라 불릴 정도로 무덥고 습한 기후의 쓰촨성에서 발달한 메뉴답다. 시고 매운 쏸라탕(酸辣湯) 역시 이 지역의 음식이다.
소화가 빠른 탄수화물 역시 뇌에 배고프다는 신호를 즉각 보낸다. 2016년 타임지는 “식전 빵이 인슐린을 자극해 식욕 증진 효과가 발생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효과를 주장했다. 탄수화물을 먼저 섭취하면 고기 등 주메뉴에 대한 식욕이 증대된다는 얘기다.
기력과 입맛을 잃기 쉬운 무더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빨리 식욕을 되찾아 건강을 지켜야 한다. 식탐과는 달리 식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그나저나 요즘 입맛을 확 살리는 메뉴엔 뭐가 있을까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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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서 식욕을 찾을까
◇ 김치말이밥= 이북만두. 서울 무교동에서 정통 평양식 만두를 팔아온 유명한 노포다. 여름철엔 시원한 김칫국에 밥을 말아내는 김치말이밥이 인기를 끈다. 얼음 띄운 김칫국에 밥이나 국수를 말고 오이냉채를 얹어 참기름, 참깨를 뿌려낸 음식이다. 국물부터 쭉 들이켜면 목을 넘어가는 시원한 국물이 대번에 체온을 내려준다. 새콤한 김칫국이 무더위에 달아난 식욕을 살려준다. 서울 중구 무교로 17-13.
◇ 쏸라탕= 고덕. 화덕에 구워낸 오리 구이(베이징 카오야)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오리를 손질해 구워내 한 마리, 반 마리 단위로 낸다. 궁보기정, 만두, 딤섬 등 다양한 요리도 함께 취급하는데 쏸라탕(酸辣湯)이 식욕을 자극하는 메뉴. 새큼하고 칼칼한 전분 육수 속에 새우와 채소 등을 듬뿍 넣고 끓여냈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27길 61.
◇ 매운 홍합= 완차이는 홍콩식 음식。이다. 홍합(지중해담치)을 마늘과 고추기름을 잔뜩 넣은 양념에 볶아내는 요리가 시그니처 메뉴. 매운 양념에 달달 볶은 홍합은 삶은 것보다 탱글탱글하다. 매운 양념이 부담스럽다면 차오판(볶음밥)을 함께 주문해 곁들이면 덜 맵다. 저며 넣은 마늘 향이 진하다. 넓적한 면발의 볶음면 등 식사류도 맛있다. 서울 서대문구 명물길 50-7.
◇ 훠궈= 얼땅쟈. 촨촨샹(串串香)이라 부르는 꼬치 훠궈를 파는 집이다. 양고기와 소고기, 각종 내장, 오리 선지 등 요것조것 골라 먹는 재미로 쓰촨에서 인기를 끄는 메뉴다. 매콤한 향신료가 입맛을 자극한다. 서울에서 중국 현지 스타일 음식。이 가장 많은 건대입구 부근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다양한 재료를 꿰어놓은 꼬치를 탕에 담가 익혀서 먹으면 된다. 서울 광진구 동일로18길 68.
◇ 카레= 고레카레. 커리가 아니라 카레다.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낸 정통 일본식 카레라이스를 판다. 채소와 고기, 루 등 많은 재료가 녹아들었다. 소시지와 햄버거 등 토핑을 올리면 씹는 맛을 더할 수 있다. 잘게 썬 파와 튀김이 기본적으로 들었다. 매운맛 조절이 가능한데 여름엔 다소 매콤하게 주문하면 입맛이 살아난다. 서울 중구 서소문동 85-3.
◇ 커리= 페르시안궁전. 인도 요리를 파는데 이란 출신 귀화 한국인이 운영한다. 이란은 페르시아 제국 시절부터 커리를 먹어왔다고 주장한다. 마살라를 직접 배합해 커리를 끓이고, 화덕(탄두리)을 설치해 닭을 굽는다. 양고기, 닭고기 등의 주재료와 매운맛 정도를 따로 주문할 수 있다. 화덕 구이 통닭, 요거트, 아이스크림, 현지식 디저트까지 다양한 메뉴가 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6길 9.
. 대부분 동식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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