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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과 테클라 행전’ 등 초기 기독교 문헌에 따르면 사도 바울의 외모는 키가 작고 머리는 벗겨졌으며 일자 눈썹에 매부리코로 묘사된다. 그림은 바울의 신체적 특성을 반영한 프랑스 화가 발랑탱 드 불로뉴의 ‘서신서를 쓰는 사도 바울’. 위키미디어 커먼즈
‘비호감 외모에 변덕스럽고 앞뒤가 다른 성격의 소유자. 특정 교회만 편애하는 등 인품이 편협해 지도자의 도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함. 당대 유명 설교자에 비해 언변도 떨어짐.’ 한 개인의 능력부터 인품, 외모까지 싸잡아 낮춰 평가한 이 내용은 초대교회인 고린도교회 성도들이 교회 설립자인 사도 바울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이들 내용은 역설적이게도 바울이 고린도교회를 향해 쓴 서신에 담겨 있다.(고후 10~12장) 성도들에게 자신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자기를 둘러싼 악평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기독교를 세계 종교로 만든 일등공신이자 교리 근간을 세운 신학자, 초대교회 여러 곳을 세운 개척자로 역사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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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을 넘어 초인처럼 여겨지는 후대 평가와 달리 왜 바울은 자기 제자 격인 고린도교회 성도에게 이처럼 박한 평가를 받은걸까.
초기 기독교와 역사적 예수 연구의 권위자인 신약학자 스캇 맥나이트는 존경은커녕 자신을 모함하는 성도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바울의 모습에서 트라우마로 허우적대는 현대 목회자의 초상을 발견한다. 자신의 제자이자 트라우마 치료사인 에이드리엔 깁슨의 논문을 검토하다 이에 확신을 얻은 그는 깁슨과 이 책을 공저하며 바울을 비롯한 모든 목회자, 더 나아가 기독교인이 교회에서 겪는 트라우마와 그 해결법을 소개한다.
바울의 트라우마는 믿었던 고린도 성도들이 자신을 외면한 데서 기인했다. 고린도전·후서에 따르면 고린도 교인 일부는 바울보다 초대교회 지도자인 아볼로나 베드로를 더 선호했다.(고전 1:12) 개인숭배로 인한 교회 분열이 초대교회에도 나타난 셈이다. 교회 외부에선 ‘지극히 큰 사도’임을 자처하면서 바울과 자신의 사역을 비교해 성도를 분열시키는 이들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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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후 11:13, 12:11) 박해 가운데 교회를 세우고 그 교회 성도를 위해 애타게 눈물로 기도해온 바울이지만 자기를 맹비난하는 성도에 분노해 반어법으로 그들의 위선을 비꼰다. “너희는 지혜로운 자로서 어리석은 자들을 기쁘게 용납하는구나.”(고후 11:19)
교회 공동체에서 트라우마를 겪은 바울의 대응책은 십자가였다. 저자들은 “바울은 투쟁·도피·경직·순응이란 트라우마 방식 중 ‘복음적 순응’을 택했다”며 “복음적 순응은 십자가의 이름으로 폭력을 전복하려는 시도이자 트라우마 한복판에서 그리스도에게 정체성과 안전을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설한다.
책 곳곳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비대면 예배를 결정했다가 “좌파 목사”라며 매도당한 목사, 담임목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문제 삼는 성도 때문에 공황장애를 얻은 목회자 등 교회 내 트라우마 사례가 여럿 등장한다. 목회자든 성도든 누구라도 서로에게 학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는 책이다. 동시에 이를 막기 위해선 교회가 트라우마 자체에 예민해야 한다는 걸 일깨워준다.
초상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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