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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준진영살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6-10-2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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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차려 입은 박영철 노커스 이사(오른쪽)와 아들 박지현 대표가 서울 종로구 계동 노커스 샵을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2014년 은퇴한 박 이사는 “아버지 소일거리나 하세요”라는 아들의 제안에 13년째 즐겁게 일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2014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뭘 할지 몰라 시간만 보내고 있을 때, 테일러샵(양복.)을 하는 아들이 “소일거리 삼아 제 샵에서 일을 도와주시죠”라고 말했다. 박영철 노커스(Knockers) 이사(71)는 아들 박지현 대표(44)의 그 제안에 퇴직 13년 차인 지금까지 즐겁게 일하고 있다. 박 이사는 아들 덕분에 환골탈태했다. 패션을 전혀 모르던 그는 패셔니스타로 변했다. “저만큼 행복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그는 항상 미소로 손님을 맞으며 노커스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숭실대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책으로 학생들을 ‘바꾸던’ 그가 이제는 옷으로 사람을 바꾸고 있다. ● 가업 대신 책을 택하다 박 이사의 아버지는 양복 재단사였다. 아버지의 양복.은 한때 “현금이 얼마나 있는지 모를 정도”로 호황이었다. 1970년대 중반 기성복이 출시되며 동네마다 있던 양복。이 줄줄이 문을 닫자 아버지도 힘들어하셨다. 하지만 큰아들이던 그는 가업을 잇는 대신 대학을 졸업한 뒤 책이 좋아 도서관 사서가 됐다. 그는 “좋은 책은 최상의 대학을 대신한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예산도 없이 발품을 팔아 마련한 500만 원으로 독서 클럽을 만들었고, 학생이 읽고 싶은 책을 말하면 사 주는 대신 감상문을 쓰게 했다. 교수와 학생이 함께하는 독서토론회를 30번 넘게 열었다. 학생이 방학 동안 어떤 책이든 총 7000쪽을 읽으면 인증해 주는 프로젝트도 벌였다. 서울시교육청과 협약을 맺어 고교생 2000여 명이 참여하는 고전 강좌를 열고, 그 강좌 내용을 3권의 책으로 엮었다. 퇴직할 때, 도서관의 관련 예산은 후원금까지 합쳐 1억 원 안팎으로 불어 있었다. 그는 이 시절을 “나머지 인생을 지탱해 준 보람”으로 기억한다. 다른 학생들이 취업용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때 독서 인증에 도전한 학생들은 끝내고 나서야 독서의 가치를 알았다고 한다. 지금도 그를 찾아오는 ‘제자’가 수십 명이다. 미술관에서 본 그림 감상문을 쓰고 전국 문학관을 찾아가는 독서 여행에 참여한 학생들은 “비로소 학교에서 뭘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바타 게임 . 박 이사는 “적은 돈으로도 아이들에게 멋진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것이 보람이었다”고 했다. ● 손 내밀어 준 아들이 고마워 박 이사는 아들 박 대표가 대기업에 입사한 지 3년쯤 됐을 때 퇴사를 결심하자 박수를 보냈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던 아들은 회사 임원들을 보며 ‘20∼30년 뒤 저 자리에 서면 나는 행복할까’ 자문했고, 이후 100명 가까운 사람에게 자문을 구하며 창업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1년, 집안에서 명맥이 끊겼던 테일러샵을 서울 종로구 계동의 150년 된 한옥에서 다시 열었다. 박 이사는 “부모에게 돈 한 푼 받지 않고 새로운 길을 냈다”고 박 대표를 소개했다. 박 이사가 퇴직하자 아들이 샵에 나오라고 한 말을 그는 “아들이 내게 준 기회”라고 기억한다. 처음 샵에 나갈 때에는 그저 아들을 돕겠다는 마음이었다. 정작 도움을 받은 건 그였다. 아들에게 배워 평생 처음 파마를 했고 옷도 맞춰 입기 시작했다. 단벌 신사에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노(老)신사’가 됐다. 요즘은 원단 견본집 ‘번치북’을 보며 계절에 맞는 옷 색깔을 고른다. 그는 “옷은 학습”이라고 강조했다. 바뀐 그의 모습에 지인들조차 “누구신지 못 알아봤다”고 했다. ● 옷이 사람을 바꾼다 노커스는 몸에 맞는 옷만 만들지 않는다. 머리 스타일과 안경, 셔츠와 타이까지 전체 인상을 통합적으로 설계한다. 샵의 모토가 ‘옷보다 사람이다’인 이유다. 노커스란 말도 ‘문을 두드리면 열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박 이사가 노커스에서 일하며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이렇게 설계받은 손님의 스타일이 눈에 띄게 달라질 때다. 어느 날 이름난 한옥 장인이 노커스를 찾았다. 평소 일터에서 입는 그의 작업복 차림에 실망한 자녀들에게 번듯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고 했다. 무조건 하라는 대로 따르겠다며 스타일 설계를 통째로 맡겼다. 스타일이 완성되자 그의 모습은 180도 바뀌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 은퇴 변호사의 인상도 확 달라졌다. 퇴직 후 편안하게만 지내던 얼굴이 머리 스타일과 옷을 바꾸자 한창 현역인 듯 새 사람이 됐다. 모바일 바다이야기 황금고래 종료 박 이사는 “손님이 좋아하시는 걸 보면 우리도 기쁘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어떤 청년이다. 키가 작아 오랫동안 사람과의 관계에서 위축돼 지내던 그 청년은 박 대표에게 e메일을 보내 “저를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 박 대표도 감당할 수 있을지 한참 고민한 끝에 설계를 맡았다. 옷차림이 달라지자 청년 주변의 대우가 달라졌다고 한다. 자신감을 얻은 청년은 진취적인 성격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독일에서 유학 중이다. 박 이사는 “(노커스가 설계한) 옷차림으로 밖에 나갔을 때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니까 (청년의) 삶이 바뀌더라”고 했다. 그는 ‘옷은 자기에 대한 존중이며 타인에 대한 예의’라고 믿는다. 도서관에서 학생에게 책을 건네던 마음은 샵에서도 이어진다. 추운 겨울엔 마음을 덥혀 주는 책 이야기 등을 손님에게 한마디씩 건넨다. 커플인 손님에게는 부부생활 팁도 준다. 그는 “외면과 함께 내면도 채워 주고 싶다”고 했다. ● 노커스의 모델, 아버지 박 이사는 노커스를 “내 놀이터”라고 부른다. 그는 매장의 전반적인 일정 및 거래처 관리와 재무 관리, 전화 응대, 고객 상담을 맡는다. 업무 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오전 10시 반경 나와서 샵 문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다. 빼입은 노신사가 책을 읽고 있으면 학생들이 “멋있어요”라며 지나갈 때도 있다. 그의 진가는 샵 밖에서 힘을 더 발휘한다. 박 이사는 2016년 박 대표와 함께 이탈리아 피렌체 ‘삐띠 워모(Pitti Uomo)’를 찾았다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고 남성복 박람회이자 글로벌 패션 플랫폼 현장에서 멋지게 차려입은 ‘노신사와 아들’은 금세 사진가들에게 둘러싸였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패션 잡지 GQ 등에 두 사람의 사진이 실렸고 이후 TV 방송과 광고 섭외가 이어졌다. 노커스 손님 상당수는 그를 보고 이끌린다. “너무 멋있다. 선생님처럼 늙고 싶다”며 길을 가다 샵으로 들어오는 손님도 있다. 계동 일대에선 이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더 반기는 사람은 동네 ‘아이들’이다. 샵 근처 고등학교 학생들이 요즘은 먼저 알은체하며 고개를 숙인다. 그는 “아이들이 저를 보고 인사한다는 사실에 무척 행복하다”고 했다.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을 빌려 “내가 있어서 세상이 조금 더 좋아지는 걸 보고 싶다”고도 했다 모바일 바다 스팀 게임 . 제일 먼저 인사를 건넨 학생과도 책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젊은이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도서관 시절부터 변하지 않았다. 샵이 받는 좋은 평판도 보람이다. 노커스에서 슈트를 맞추는 일은 요즘 젊은이들의 ‘로망’이 됐다고 한다. 외국인 손님도 늘어 그들의 귀국 일정에 맞춰 옷을 배송하거나, 현지로 직접 보내 준다. 동네마다 있던 양복.이 대부분 사라진 가운데 노커스가 거둔 성과다. ● 아들과 갈등, 그리고 배움 모든 게 순탄했던 건 아니다. 박 이사 별명은 자칭 ‘브레이크 없는 벤츠’다.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아버지와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움직이는 아들은 초반에 자주 부딪혔다. 아들은 “돈을 좇지 말고 브랜드를 만들면 돈은 따라온다”는 주의였다. 반면 아버지는 판매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아들은 돈이 되더라도 노커스라는 브랜드 가치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아버지가 하려는 일을 말렸다. 박 이사는 이 갈등의 시기를 가장 큰 배움의 시간으로 꼽는다. “아들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지금 사람이 돼 가고 있구나 싶어요. 저 때문에 노커스 직원들이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들 자랑은 끊이지 않는다. 잘될 때도 “위기”라고 말하는 박 대표는 노커스 양복의 가치를 모르는 손님을 돌려보낼 만큼 철학이 분명하다고 한다. 박 이사는 “결국 아들이 저를 이기는 거죠. 그게 멋있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물질적인 보람도 숨기지 않았다. 사학연금을 받고 있는 그는 아들이 충분히 챙겨 주는 월급까지 더해 아내와 함께 여유 있는 노년을 즐기고 있다. 휴가를 받으면 아들딸 손주와 함께 이탈리아 스페인 하와이 일본 등으로 여행을 간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아내와 단둘이 여행한다. 하지만 그가 가장 큰 기쁨으로 꼽은 건 따로 있다. 평생 누구에게도 굽힐 줄 몰랐던 자신이 어느 순간 변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내 중심에서 벗어나 아들과 아내 말을 잘 듣고 실천하는 게 가장 큰 숙제이면서 가장 큰 기쁨”이라고 했다. 그가 요즘 마음에 새기는 글귀는 ‘스스로 즐거이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꽃피운다’이다. 전남 고흥에서 폐교를 임대해 우리말을 가꾸며 서재도서관과 책 박물관을 꾸려 가는 최종규 작가의 생각이 응축된 말이다. 박 이사는 퇴직 후 자녀와 일하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남겼다. “자녀 말을 들으세요. 자녀들이 사는 세상은 우리 때와 다릅니다.” 인상을 통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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